재능 기부

나는 오래도록
가르침을 받으며 살아왔다
세상은 눈썰매처럼 가파르게 흘러가고
굽은 손으로 스마트폰을 더듬다 보면
젊은 손들이
손안의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 앞에서
괜스레 마음 한켠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그때 밤하늘에 별 하나 떠오르듯
불쑥 나타난 길
막힌 화면 앞에서 구조 신호를 보내면
어둠 속 등불처럼 길을 밝혀 주는
인공지능

누군가에게 배우려면
얼굴 위에 얇은 철판 하나
슬며시 깔아야 한다
지식과 재능의 문턱은
언제나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노인이 노인을 향해
스마트폰을 가르치는 자리
배움의 자리 끝에서
나는 비로소 나눔의 자리에 선다
어디 이 일이 작으랴
긴 순례의 끝에서 늦게 피어난
한 송이 꽃
세월의 바람 속에서도
조용히 향기를 나누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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