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6-03-11 09:36
벚꽃이 막 벙글기 시작하면
내 휴대전화에도 어김없이
보험회사의 목소리가 피어난다.
자동차보험 만기가 다가온다는
전화와 문자들.
가슴은 꽃잎보다 먼저 계산기를 두드린다.
올해는 또 얼마를 지불해야 봄이 올까
아내는 요양사다.
하루 세번 남의 집문을 두드리며
노인의 시간을 돌보는 사람.
그녀에게 낡은 자동차는
출근길의 발이 아니라
삶의 벼랑을 밀고 가는 작은 무기다.
하지만 핸들을 잡으면
온순한 양이 되지 못하는 사람
마음은 늘 먼저 가있고
눈은 다음 골목을 헤맨다.
앞 범퍼는 금이 가 있고
운전석 문짝은 움푹 들어가 있다.
스쿨존 속도위반 통지서는
봄비처럼 떨어지고
부부싸움도 그 종이에서 시작된다.
대형 보험회사는 고개를 젓고
우리는 인터넷 창 앞에서
조용히 사정을 한다.
그래도 받아주는 곳이 있다는 것,
그 가느다란 승낙 하나로
올해의 벚꽃은 조금 덜 서럽겠지
해마다 이 계절이 오면
조용히 하나를 더 배운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때로는 체념을 받아들이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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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전화에도 어김없이
보험회사의 목소리가 피어난다.
자동차보험 만기가 다가온다는
전화와 문자들.
가슴은 꽃잎보다 먼저 계산기를 두드린다.
올해는 또 얼마를 지불해야 봄이 올까
아내는 요양사다.
하루 세번 남의 집문을 두드리며
노인의 시간을 돌보는 사람.
그녀에게 낡은 자동차는
출근길의 발이 아니라
삶의 벼랑을 밀고 가는 작은 무기다.
하지만 핸들을 잡으면
온순한 양이 되지 못하는 사람
마음은 늘 먼저 가있고
눈은 다음 골목을 헤맨다.
앞 범퍼는 금이 가 있고
운전석 문짝은 움푹 들어가 있다.
스쿨존 속도위반 통지서는
봄비처럼 떨어지고
부부싸움도 그 종이에서 시작된다.
대형 보험회사는 고개를 젓고
우리는 인터넷 창 앞에서
조용히 사정을 한다.
그래도 받아주는 곳이 있다는 것,
그 가느다란 승낙 하나로
올해의 벚꽃은 조금 덜 서럽겠지
해마다 이 계절이 오면
조용히 하나를 더 배운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때로는 체념을 받아들이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