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에 대하여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6-03-08 08:00
가려움은
노인의 얇아진 살결을 노리는
밤의 짐승이다
잠자리에 들면
조용히 발톱을 세우고
피부 위를 배회한다
밤새 긁어도 피가 맺힐 뿐
짐승은 좀처럼 달아나지 않는다
모처럼 집사람과 쉬는 날
요양사 아내의 스마트폰이 울린다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구십의 할머니
견딜 수 없는 가려움으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는 소식
약이 약을 부르는 세월
몸속에서 뒤엉켜
또 다른 짐승을 키웠다 한다
낮에는 숨죽여 숨어 있다가
단잠이 눈꺼풀에 내려앉는 순간
어김없이 달려드는 것
세월이라는 이름의 손이
우리 몸속에
이 지독한 괴물을 길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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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얇아진 살결을 노리는
밤의 짐승이다
잠자리에 들면
조용히 발톱을 세우고
피부 위를 배회한다
밤새 긁어도 피가 맺힐 뿐
짐승은 좀처럼 달아나지 않는다
모처럼 집사람과 쉬는 날
요양사 아내의 스마트폰이 울린다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구십의 할머니
견딜 수 없는 가려움으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는 소식
약이 약을 부르는 세월
몸속에서 뒤엉켜
또 다른 짐승을 키웠다 한다
낮에는 숨죽여 숨어 있다가
단잠이 눈꺼풀에 내려앉는 순간
어김없이 달려드는 것
세월이라는 이름의 손이
우리 몸속에
이 지독한 괴물을 길러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