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고속도로

맨발로 흙길을 걷다가
발바닥에 작은 유리 조각 하나 박혔다
보이지 않는 파편이 살 속에 집을 짓고
가끔 번개처럼 통증의 불을 켠다

​어느 날 스마트폰이
돌연 숨을 멈추었다
충전 표시조차 뜨지 않는 깜깜한 화면
긴 연휴가 끝난 서비스센터 앞에는
사람들의 불안이 줄을 서 있다

제 몸의 통증은 기어이 참아내면서도
이 작은 기기의 고장은 견디지 못하는 세상
​한때 물속에 잠겨
잠시 세례를 받았던 기기
그 물은 은총이 아니라 부식이라는 이름의 흉터였다
보이지 않는 회로 사이에서
천천히 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스마트폰은
외부 세계로 뻗어 나가는 통로이자
내 손바닥 위에 펼쳐진 길
8차선 고속도로보다 넓고 빠른 길
그 길에 사고가 나면
부모를 잃은 아이처럼 불안 속을 헤맨다
​수리된 길 위에서
비로소 오늘 하루가 다시 개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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