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나의 하루는
아파트 관리 소장과 마주 앉아
달큼한 믹스커피 한 잔 나누며 열린다
자치회장이라는 이름표 하나
머리 위에 얹었을 뿐인데
그 이름 뒤로
책임이 그림자처럼 길게 따라온다

아파트 단지의 굵은 일부터
입주민들의 사소한 속사정까지
뚜껑 없는 그릇 위로 말들이 쏟아진다
삼 층엔 대학교수가 살고
책상을 폐기물로 내놓은 이는
유치원 원장이며
밤중에 슬며시 들어온 듯한 얼굴도 있고

나 홀로 아파트 절반의 절반을
신탁회사를 끼고
갭투자로 사들인 여자
텅 빈 집 열 채가 유령저럼 눈을 뜨고
밀린 관리비는 독촉장 너머
아파트 한 채 값에 닿아 있다

이곳의 자치회장으로 버티는 나나
영끌로 아파트와 상가를 쥐고
가쁜 숨 몰아 쉬는 그들이나
결국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제 몫의 무게를 견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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