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마을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5-07-24 18:00
남극바다에서 물장구 치던 펭귄들
어쩌다 해류에 실려 흘러온 곳이
인심좋은 남도땅 양림동이라
이곳에 눌러앉아 펭귄마을을 이룬다
펭씨 집성촌의 역사는 짧지만
소문은 사하라 사막 여우 귀에까지 닿았다지
“오메 시방 남극바다에서 와 부렀다고 했지라
이제 뭐 먹고 살아야쓰까?”
“냅두소 지가 알아서 혀불라요”
날지 못하는 날개를 접고
통통한 몸을 좌우로 흔들며
펭씨들은 하루하루 일구어
공예의 골목을 만들어냈지
가게마다 멈춘 시계들,
수백 개의 옛 카메라와 장독대들
속 빈 가슴마다 하늘의 먹구름이 떠 있었어
텅 빈 곳에 생명을 불어넣으려
겨울에도 방수 깃털을 곧추세우고
잡동사니 위에 그리움을 심었었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품에 안고
시든 가슴을 벌겋게 불타오르게 만드는
펭귄가족들.
녹슨 종소리 들릴 때마다
남극의 바다가 그립게 출렁거렸었지
“ 임자. 긍께 지금 머시라고 그래 쌋소
정들면 다 고향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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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해류에 실려 흘러온 곳이
인심좋은 남도땅 양림동이라
이곳에 눌러앉아 펭귄마을을 이룬다
펭씨 집성촌의 역사는 짧지만
소문은 사하라 사막 여우 귀에까지 닿았다지
“오메 시방 남극바다에서 와 부렀다고 했지라
이제 뭐 먹고 살아야쓰까?”
“냅두소 지가 알아서 혀불라요”
날지 못하는 날개를 접고
통통한 몸을 좌우로 흔들며
펭씨들은 하루하루 일구어
공예의 골목을 만들어냈지
가게마다 멈춘 시계들,
수백 개의 옛 카메라와 장독대들
속 빈 가슴마다 하늘의 먹구름이 떠 있었어
텅 빈 곳에 생명을 불어넣으려
겨울에도 방수 깃털을 곧추세우고
잡동사니 위에 그리움을 심었었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품에 안고
시든 가슴을 벌겋게 불타오르게 만드는
펭귄가족들.
녹슨 종소리 들릴 때마다
남극의 바다가 그립게 출렁거렸었지
“ 임자. 긍께 지금 머시라고 그래 쌋소
정들면 다 고향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