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 유리창 앞에 서서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6-01-22 19:12
어릴 적엔 구슬치기,
혈기 어린 청춘엔 당구치기,
노년에는 공처럼 굴러온 세월을
조용히 불러본다.
노대동 노인타운,
언제나 가장 붐비는 곳은 당구장이다.
열 개쯤 되는 당구대 위에서
흰 공과 붉은 공이
경쾌하게 부딪히며 잠든 시간을 깨운다.
치열했던 젊은 날을 건너온 이들이
이제는 황혼의 낭만을 찾아
자기 몫의 여가를 정성껏 연습한다.
유리창 너머로 그들을 바라보다 보면
낯설지 않은 얼굴 하나,
큐대를 꼿꼿이 세운
젊은 날의 내가 그들 사이에 서 있다.
여전히 이곳엔
낡은 단어들이 머물고 있을까
아까다마, 당구다이,
쉽게 마모되지 않는 단어들 위로
내 발걸음이 멈춰 서는 것은
그 시절을 향한
꺼지지 않는 아련함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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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 어린 청춘엔 당구치기,
노년에는 공처럼 굴러온 세월을
조용히 불러본다.
노대동 노인타운,
언제나 가장 붐비는 곳은 당구장이다.
열 개쯤 되는 당구대 위에서
흰 공과 붉은 공이
경쾌하게 부딪히며 잠든 시간을 깨운다.
치열했던 젊은 날을 건너온 이들이
이제는 황혼의 낭만을 찾아
자기 몫의 여가를 정성껏 연습한다.
유리창 너머로 그들을 바라보다 보면
낯설지 않은 얼굴 하나,
큐대를 꼿꼿이 세운
젊은 날의 내가 그들 사이에 서 있다.
여전히 이곳엔
낡은 단어들이 머물고 있을까
아까다마, 당구다이,
쉽게 마모되지 않는 단어들 위로
내 발걸음이 멈춰 서는 것은
그 시절을 향한
꺼지지 않는 아련함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