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립소 주법

모든 악기는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는다
예쁜 여성을 대하듯
조심과 망설임이 먼저 온다

한 손은 코드를 짚고
다른 손은 울림통 위에서
여섯 줄의 시간을
위로, 아래로, 쓸어 내린다
느린 곡엔 숨을 채우고
빠른 곡엔 흥겨움을 실어보낸다

만능이라 불리는
칼립소 주법 하나를 배운다
이 리듬 하나면
길 잃은 노래가 제 집을 찾을까 싶어

벽이 얇은 아파트의 오후
소리는 이웃의 눈치에 먼저 발이 묶이고
연습할 자리 없는 기타는
케이스 안에서 홀로 늙어간다
이 나이에 무얼 하겠느냐는 물음들이
매서운 바람처럼 등을 떠밀지만

기타를 내려 놓은 순간에도
한 손은 여전히 허공의 코드를 잡고
다른 손은 가슴위를 휘젓는다
입술은 이미 선율을 따라 앞서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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