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봉우리

관절 수술 전문병원
대기자들의 번호표가 줄을 선다
젊은이와 백발 노인이 함께 앉은 대기실
다시 팔을 들고, 돌릴 수 있는 것도
시대를 잘 만난 은혜였다

건강을 잃은 세계엔
잘남도 못남도 없고
아름다움도 추함도 없고
부자도 거지도 없다네

그대여, 푸르름이 한창일 때에도
노란 단풍이 내려앉는 그때에도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라

내 발로 걸어가고
내 손으로 면도하며
내 힘으로 한 푼을 버는 일조차
소복소복 쌓이는 기적의 봉우리
매일, 저 산에 올라
은혜의 샘물을 흠뻑 마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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