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 옮기기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6-01-04 20:47
중개업을 접은 뒤
사무실 책상은 갈 곳을 잃었다
나무 결이 단단한 몸체에
녹색 천을 덮고
유리까지 곡선으로 재단한
제법 품위 있는 녀석
당근마켓에
“무료”라 적어 내놓았으나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사람의 인연도 가구의 운명도
때로는 이렇게 스쳐 간다
나는 결국 그 책상을 안방으로 들였다
바닥에 낮은 상을 펴고
책상다리로 견뎌온 세월이
이제는 허리와 무릎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올리고 화면을 켜자
음악이 방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활이 닿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고요히 맑아진다
새해 들어 가장 잘한 일은
이 묵직한 녀석을 안방으로 옮긴 일
작은 방 한 칸에
사무실이 들어오고
다정한 음악 감상실이 따라왔다
버리지 못한 것이 삶을 다시 받쳐 들 때가 있다
갈 곳 없던 책상 하나가
흔들리던 오늘의 나를 단단히 붙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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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책상은 갈 곳을 잃었다
나무 결이 단단한 몸체에
녹색 천을 덮고
유리까지 곡선으로 재단한
제법 품위 있는 녀석
당근마켓에
“무료”라 적어 내놓았으나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사람의 인연도 가구의 운명도
때로는 이렇게 스쳐 간다
나는 결국 그 책상을 안방으로 들였다
바닥에 낮은 상을 펴고
책상다리로 견뎌온 세월이
이제는 허리와 무릎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올리고 화면을 켜자
음악이 방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활이 닿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고요히 맑아진다
새해 들어 가장 잘한 일은
이 묵직한 녀석을 안방으로 옮긴 일
작은 방 한 칸에
사무실이 들어오고
다정한 음악 감상실이 따라왔다
버리지 못한 것이 삶을 다시 받쳐 들 때가 있다
갈 곳 없던 책상 하나가
흔들리던 오늘의 나를 단단히 붙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