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하루의 수다

아내는 예순의 끝자락에 서 있다
정월 초하루 아침
카톡으로 온종일 전화하겠다고 선포한다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카톡 속에서 해가 떠서 지고
밤중까지 이어졌다

하루 종일 들어야 하는 남편의 고통
추위는 문밖에 서성이고
수다는 방안을 가득 채운다

남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없다
피할 수 없어 듣는 것뿐
귀는 열려있고 몸은 방 한가운데 묶여 있다

정월 초하루
괜히 말이 많아지는 날
안부를 덧붙이고 듣고 맞장구치고
통화는 수다이기 전에 존재의 확인이다

카톡 무료 통화는 국경을 모른다
미국까지 갔다가
다시 고향 골목끝에 잠시 내려 앉는다

오늘 하루만 눈 딱 감고 귀를 맡기자
아내의 수다가 해묵은 감정을 흘려보내는
너른 배수로가 되도록
밀려오는 우울을 막아주는 예방약이 되도록
몸은 못가도 목소리가 정답게 다녀오도록

이렇게 우리 부부는 함께 늙어가고 있다
← 시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