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행복

팔십 고개를 앞둔 동창 다섯이
송년의 밤, 한 자리에 모였다
네 사람은 지팡이를 앞세워 들어오고
한 사람만이 두 발로 들어왔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했던가
남도 땅 자전거 길을
거침없이 휘젓고 다니던 사내가
자전거 위에서 허리를 다쳤다
수술 뒤 그의 기운은
꺾인 풀잎처럼 고개를 숙였고
지팡이를 짚은 채 조심스레 서서 말한다
두 발로 걷는 일,
그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우리는 늘
행복을 저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리려 한다
발치에 시냇물로 흐르고 있는데도

걸어 다니는 행복
모두가 이미 그 파랑새를
제 몸 속에 고이 품고 살면서도
← 시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