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나이 85세

아는 이 하나
오래 품었던 병을 내려 놓고
여든다섯에서 생을 놓았다
그 소식을 듣고 돌아오는 길
내 건강수명은
지금 어디쯤 흐르고 있는가
시계 없는 질문 하나 가슴에 매단다

인생의 저물녘에야 시를 시작했다
누군가는 시 한 편을 이 년씩 품는다지만
나에게 남은 시간 속에서
그들이 평생 쓴 시들은
단숨에 건너야 할 눈물겨운 강이다

남의 손을 빌려 하루를 버티기 전
약 봉투가 나의 이름표가 되기 전
아직 깨어나지 못한 시들이
밤마다 나를 깨운다

친구들은
말도 없이 행렬에서 빠져나가고
안부를 묻던 전화기는 무겁게 숨을 죽인다
저 먼 여행길에
내 이름이 불리기 전
내 시를 고치고 갈무리할 사람은
결국 나 뿐이다

오늘도 나는 조금 급하게 걷는다
늦었다고 말하기엔
아직도 써야 할 글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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