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잔재물 처리하기

관공서에 폐업신고는 끝났으나
사무실 안 가구와 전자제품, 책들이
아직 떠날 줄을 모른다
날 좀 보소,
마지막 인사라도 하자는 듯하다

책과 종이만 받겠다는 청소 아주머니에게
눈을 감고 모두 넘긴다
서로 오가는 막걸리 한 잔에
말수가 늘어난 아주머니는
이웃 가게 주인들을 불러
묵은 가구 몇 점을 함께 들어낸다

일은 가벼워지고
사람 사이엔 온기가 남는다
남은 일은 용달차에게 맡기고
빈 사무실을 돌아본다
벽에는 아직도
출근하던 시간의 그림자가 걸려 있다

돌아오는 길, 남도에는 눈 대신 비가 온다
애쓴 흔적도 없이 흘러가 버린 날들을
빗줄기가 대신 씻어 내려가는 것 같다
젖은 어깨로 돌아가는 이 길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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