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긴 밤

동짓날
등불 하나 밝혀 놓고
홀로 기다리는 일이 두렵습니다
그대
내 손길 닿지 않는 아득한 곳에서
까마귀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 긴 밤을 건너고 있을까 봐 또 두렵습니다

그러나
가장 긴 밤도 끝을 숨기지 못합니다
이 밤이 지나면
어둠은 조금씩 짧아지고

언젠가 매화 봉오리 터지는 소리를
우리는 같은 숨결로 듣게 되겠지요
종달새의 노랫 소리따라
푸른 보리밭 길을
꿈속에서 나란히 걷게 되겠지요

동짓날
기울어가는 이 긴 밤의 끝에서
나는 지나간 청춘에게
조용히 작별을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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