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5-12-22 09:05
간편함에 길들여지면
번거로움은 몸보다 먼저
마음이 힘들어한다
오래 써온 전기밥솥은
보온만 남기고 제 몫을 내려놓았고
우리는 무거운 압력밥솥에서 밥을 지어
다시 그 품에 따뜻함만 맡겼다
밥솥 하나를 두고 살까 말까하기를 일년
망설임도 습관이 되었다
집에 잠시 들른 큰아들
말없이 이 광경을 보더니
손가락 몇 번으로 밥솥 하나를 주문한다
아내는 손사래로 말리면서도
입가에 번지는웃음을 차마 숨기지 못한다
그 다음 날 아침
새 밥솥이 곱게 단장한 채
부엌 한가운데 서서 말없이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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