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김장하기

팔순 고개를 넘은
선배 시인의 입술이 지어 물어본다
“집사람하고 둘이 온가족 김장을 하다
얻은 흔적이란다”

그 말끝에 매달린 짠맛 섞인 웃음
나는 그의 고단한 발자국을
따라가지 않기로 했지

올해도 김장을 하자는
아내의 말에 급히 손사래를 친다
“이제 우리 나이
김장해서 자식들 줄 나이는 아니지”

팔은 성하지 않고
허리에 먼저 통증이 다가오고
김치통은 갈수록 무거워진다

광주 김치타운에 가서
김치를 주문한다
세상 좋아졌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스티로폼 박스에 담긴 김장김치가
며칠 뒤 문 앞에서 정중히 인사를 한다
“올겨울 김치로 밥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게 사시라”고

김치독에서 김치냉장고로 변하듯
우리의 겨울도 변화의 구름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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