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 폐업신고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5-12-18 16:22
노인일자리 한 해가
마침표를 찍는 날 아침,
구청과 세무서를 차례로 들른다
간단한 폐업신고로 끝나는 일인데
유난히도 고민을 했다
사무실 주인에게 알리고
노란 우산에도 알리고
중개사 협회,
벽에 붙어 있던 와이파이 기기에게까지
이제 그만하자고 인사한다
쓰레기로 남은 책들,
속이 빈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원상복구라는 말이
이렇게 무거운 줄 이때 알았다
사업을 접는 날이면
눈물부터 나야 할 텐데
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비워지며 바람이 든다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던
임대료와 관리비,
전화기 너머의 다툼,
첫 계약 하나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던 기세
이제는 저장하지 않고 휴지통으로 보낸다
힘들게 외워 얻은 중개사 자격증 한 장
오늘은 폐업신고 서류 밑에 조용히 눕힌다
짐을 내려놓기로 한 날
비워낸 자리에
홀가분함이 먼저 앉아 나를 바라본다
← 시 목록으로
마침표를 찍는 날 아침,
구청과 세무서를 차례로 들른다
간단한 폐업신고로 끝나는 일인데
유난히도 고민을 했다
사무실 주인에게 알리고
노란 우산에도 알리고
중개사 협회,
벽에 붙어 있던 와이파이 기기에게까지
이제 그만하자고 인사한다
쓰레기로 남은 책들,
속이 빈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원상복구라는 말이
이렇게 무거운 줄 이때 알았다
사업을 접는 날이면
눈물부터 나야 할 텐데
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비워지며 바람이 든다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던
임대료와 관리비,
전화기 너머의 다툼,
첫 계약 하나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던 기세
이제는 저장하지 않고 휴지통으로 보낸다
힘들게 외워 얻은 중개사 자격증 한 장
오늘은 폐업신고 서류 밑에 조용히 눕힌다
짐을 내려놓기로 한 날
비워낸 자리에
홀가분함이 먼저 앉아 나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