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계단 오르기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5-12-18 09:31
복도식 아파트 복도에
어느 날
커다란 비닐봉지 대여섯 개
옷이 가득 담겨 놓여 있었다
병실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숨결이 담겨져 있었던 옷들
불에 태워지기 전
그의 아들이 잠시 내려놓은 생의 무게였다
그 곁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 한 분
나와 같은 나이
복도를 운동장 삼아
오늘도 묵묵히 걷고 있다
한 바퀴, 또 한 바퀴
말없이 오가는 발걸음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팔팔한 푸른 기운이
우리 쪽으로 번져온다
문안에 갇힌 노인의 근육은
소리없이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아서
한 번의 휘청임이
곧 삶의 낙화(落花)가 되는 나이
그래서
오늘은 일부러 승강기를 지나친다
숨이 차도 계단을 오른다
탱탱한 근육이 남아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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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커다란 비닐봉지 대여섯 개
옷이 가득 담겨 놓여 있었다
병실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숨결이 담겨져 있었던 옷들
불에 태워지기 전
그의 아들이 잠시 내려놓은 생의 무게였다
그 곁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 한 분
나와 같은 나이
복도를 운동장 삼아
오늘도 묵묵히 걷고 있다
한 바퀴, 또 한 바퀴
말없이 오가는 발걸음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팔팔한 푸른 기운이
우리 쪽으로 번져온다
문안에 갇힌 노인의 근육은
소리없이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아서
한 번의 휘청임이
곧 삶의 낙화(落花)가 되는 나이
그래서
오늘은 일부러 승강기를 지나친다
숨이 차도 계단을 오른다
탱탱한 근육이 남아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