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앞에서

아내의 친구가
고향 산비탈에서 따왔다며 건네준 홍시,
어른의 주먹을 너끈히 넘는
햇빛의 덩어리가 내 손에 들렸다.

잘게 씹지 않아도
스스로 길을 찾아 목을 건너가는
계절의 선물,
가을이 붉게 익어 흘려보낸 단맛이었다.

저 감나무는
한 해의 비와 바람을 온몸에 모아
이토록 큰 보시를 베푸는데,
받아먹는 내 입이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진다
홍시의 살이 부드럽게 무너질 때,
나는 두 손 모아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 계절에 내게 걸어온
홍시 앞에 합장(合掌) 이라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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