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전 거리

옛적, 광주 읍성 아래
총각 나무꾼 하나 살고 있었다네.
마른 어깨로 등지게를 지고
늙은 어머니 품을 지켜 드리던
그 착한 사내의 발자국이
오늘의 내 그림자와 겹쳐오네.

바람만 스쳐도 속살 드러내던 민둥산,
벌거벗은 산등성이에 바람이 울던
그 가난한 어린 시절이
지금은 어디로 숨어버렸을까.

사방이 울창한 숲으로 가득해도
이제는 마음대로 베어낼 나무 한 그루 없고,
세상은 풍요로워졌건만
사람의 심정은 더 조심스러워졌네.

계림동 나무전(廛) 거리를 걸어가면
아직도 오래된 기억이
허공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날아온다.
이 길은
나무꾼들이 모여 들던 장터였겠지.

한때는 등짐 가득 나무를 지고
땀흘리던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렸으리라.
오늘은 활기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거리지만
낡은 간판들 사이사이
저 먼 세월의 고단함이
마치 눅눅한 나뭇결처럼 배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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