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끌림이 공포로 변할 때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5-12-04 15:43
눈발 스치는 금남지하상가의 입구,
그 가파른 계단은
해마다 겨울이면 나를 시험하듯 서 있다.
한 번 미끄러져 내려앉던 날,
운명은 가까스로 내 몸을 비켜갔고
놀란 가슴만이 한참을 뛰고 있었다.
아파트 장애인 통로의 완만한 경사도
여름날의 비를 머금으면
숨은 칼날이 된다.
난간에 부딪친 갈빗대는 금이 가
숨 한 번 들이켜는 일조차
가시밭길이었다.
골다공증으로 약해진
친구의 아내 역시
계단에서 구르는 한순간
갈빗대 세 개가 부서져
친구는 한동안
아내의 그림자처럼 병실에 머물렀다.
이후로
미끄러짐은 단순한 ‘미끌림’이 아니라
세월이 만든 공포가 되었다.
신발 밑창을 확인하는 버릇,
길바닥의 물기까지 살피는 조심스런 걸음.
그 조심스런 발끝 곁에서
흘러간 세월도 함께 걸어온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도록
지팡이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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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파른 계단은
해마다 겨울이면 나를 시험하듯 서 있다.
한 번 미끄러져 내려앉던 날,
운명은 가까스로 내 몸을 비켜갔고
놀란 가슴만이 한참을 뛰고 있었다.
아파트 장애인 통로의 완만한 경사도
여름날의 비를 머금으면
숨은 칼날이 된다.
난간에 부딪친 갈빗대는 금이 가
숨 한 번 들이켜는 일조차
가시밭길이었다.
골다공증으로 약해진
친구의 아내 역시
계단에서 구르는 한순간
갈빗대 세 개가 부서져
친구는 한동안
아내의 그림자처럼 병실에 머물렀다.
이후로
미끄러짐은 단순한 ‘미끌림’이 아니라
세월이 만든 공포가 되었다.
신발 밑창을 확인하는 버릇,
길바닥의 물기까지 살피는 조심스런 걸음.
그 조심스런 발끝 곁에서
흘러간 세월도 함께 걸어온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도록
지팡이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