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공방

옛날 양림동 골목에
한 시대의 빛을 새기던 최씨 명장이 있었으니
조개껍질 한 올에도
천년의 숨결을 불어넣던 사람이었다

그 손끝에서 태어난 자개장은
밤바다 같은 깊은 광택을 머금고
공작 한 쌍이 날개를 펴듯
집안의 격조를 높여 주었으며
부의 위엄을 드러내던 귀한 혼수였다

장인의 피는 아들에게로 이어져
대물림된 솜씨는 더 단단해지고
시집가는 새색시가
자개장의 문을 열 때면
은빛이 흩어져 눈부신 복을 약속하던 시절

그 찬란한 빛 하나면
삶이 곱게 비단처럼 풀리리라 믿고
나아가는 나그네 인생 속으로
지금도 최씨의 공방은 세월속에 혼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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