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공고가 뜨면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5-11-27 13:40
아침 안개가 걷히는 순간
깊이 눌러둔 꿈 하나가
다시 숨을 고릅니다.
배낭 하나 메고 떠나던 선비의 뒷모습이
먼 길 위에 겹쳐 서 있지요.
그 발걸음 위로
가난한 집의 기도가 내려앉습니다.
새벽 정화수에 비친 달빛 아래
아내와 어머니의 두 손이
조용히 흔들립니다.
과거 시험 낙방은 쌓였지만
물그릇은 단 한 번도 넘치지 않았습니다.
세월은 흘러
한양 과거길은 사라졌지만
봄이 오면
신춘문예 공고가 다시 떠오릅니다.
칠십대 중반의 가슴에도
꺼지지 않은 떨림은 남아
오래 지켜온 꿈을 깨웁니다.
노트 속 시들이
한 장씩 낡은 몸을 펴고
햇살의 방향을 향합니다.
그 조용한 움직임만으로도
나는 다시 문을 두드릴 용기를 얻습니다.
늦게 핀 꽃이지만
향은 더 깊고,
시간이 데운 언어의 온기(溫氣)만으로도
나는 다시 걸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천천히, 흔들림 없이
오래된 등용문(登龍門) 앞에 섭니다.
노욕(老慾)이라 비웃어도
문이 열리든 닫히든 상관 없습니다
내 안의 꿈은 정성으로 길어올린
맑은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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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눌러둔 꿈 하나가
다시 숨을 고릅니다.
배낭 하나 메고 떠나던 선비의 뒷모습이
먼 길 위에 겹쳐 서 있지요.
그 발걸음 위로
가난한 집의 기도가 내려앉습니다.
새벽 정화수에 비친 달빛 아래
아내와 어머니의 두 손이
조용히 흔들립니다.
과거 시험 낙방은 쌓였지만
물그릇은 단 한 번도 넘치지 않았습니다.
세월은 흘러
한양 과거길은 사라졌지만
봄이 오면
신춘문예 공고가 다시 떠오릅니다.
칠십대 중반의 가슴에도
꺼지지 않은 떨림은 남아
오래 지켜온 꿈을 깨웁니다.
노트 속 시들이
한 장씩 낡은 몸을 펴고
햇살의 방향을 향합니다.
그 조용한 움직임만으로도
나는 다시 문을 두드릴 용기를 얻습니다.
늦게 핀 꽃이지만
향은 더 깊고,
시간이 데운 언어의 온기(溫氣)만으로도
나는 다시 걸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천천히, 흔들림 없이
오래된 등용문(登龍門) 앞에 섭니다.
노욕(老慾)이라 비웃어도
문이 열리든 닫히든 상관 없습니다
내 안의 꿈은 정성으로 길어올린
맑은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