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을 드세요

은혜가 고이는 자리엔
늘 문제의 그림자도 함께 드리워지지요.
백 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에
빈집이 열여섯,
사업 부도에 밀려
관리비조차 내지 못한 집들은
어둑한 밤에 봇짐을 싸 떠나갑니다.

그 한가운데
나는 자치회장으로 서 있지요.

승강기 안에서
스치는 눈빛은 벽처럼 건조하고
인사 한 마디는
허공에서 금세 흩어지는 날들.
그러다 경로당이 문을 열자
온기가 작은 샘처럼
구석구석 번져 갑니다.

점심 시간
경로당 한편에서
따끈한 떡국을 한 숟가락 떠 넣으니
왜 그리 맛있던지,
쉽게 두 그릇을 비웠지요.

갭투자 잘못해
육천여 만 원 관리비가 체납된 그 아줌마,
이 떡국 한 그릇이라도
살며시 권하고 싶습니다.

한 그릇 떡국이 건네는 온기가
누군가의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기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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