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오월의 하늘 아래
양궁장 산모퉁이 기슭에 서 보라
그대의 가슴을 겨냥한
보랏빛 향기들이 쏟아지고 있으니

발 딛기조차 힘든 저 절벽의 나무들을
덩굴처럼 휘감아 오르며
시들게 한 적도 몇 번 있었지

포도송이처럼 아래로 늘어진
네 꽃들도 울었겠지
기대며 살아가면서도
함께 사는 일이 왜 이리도 힘든지

쉽게 풀리지 않는 매듭을 안고
울며 피운 너의 향기는
초여름 바람의 입김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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