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추수감사절이 오면
도시의 교회마다 잔치가 피어난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소장은
정중히 나를 찾아와 손 내미네

정이라 부르는 그 끈적한 실타래
손끝에서 잘려 나가지 않고
늘 내 마음을 붙잡아
거절의 말을 삼키게 한다.

좀처럼 입지 않던 양복을 여미니
목깃이 조여오고 심장은 바빠진다.
새로 만날 얼굴들과 서먹한 악수,
낯선 공간의 공기는
언제나 긴장으로 나를 감싼다.

우린 이미 이년 넘게
가정예배의 고요 속에 살았다.
반백년을 드나들던 교회를
조용히 떠나온 까닭은
아직도 내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었다.

초청의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오늘도 작은 거실에서
촛불 하나 켜고
나직한 기도로 주님을 맞이하고 싶다.

사람의 시선보다
내 안의 평화가 먼저인 나이,
감사란 결국
어디에 서 있든
마음을 향해 드리는 하나의 예배임을
나는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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