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론서를 덮고

시에 대한 이론서를 펴니
처음부터 숨이 막힌다
살피는 눈이 깊어질수록
손끝은 더디어지는 법

이런 책들이
마음의 바람길을 가로막고 서면
내 안의 작은 새 한 마리,
날개를 접고 웅크린다

시는
가슴이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강물인데,
차가운 이론의 줄자는
그 강물의 깊이를 재려 하고
바람의 결까지 숫자로 묶으려 한다

그 순간
강물은 멈추고
바람도 길을 잃고

홀로 지나치게 까다로울 때,
시는 그림자를 찾아
숲속으로 살그머니 숨어버린다

이제 잠시 눈을 감고
오늘 하루 나를 향한 향기 하나,
빛 한 줄기를 다시 붙잡는다
그곳에 숨어든 시
조용히 걸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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