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창 시절

by poet · 2025-08-09 18:23

내 학창 시절은 196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나는 이미 글을 읽고 쓸 줄 알았기에 수업이 즐겁기만 했다. 당시 학교 건물은 나무로 지어진 2층짜리였고, 교실 창문은 나무틀에 유리가 끼워져 있었다. 겨울이면 창문 틈새로 찬바람이 들어와 수업 중에도 콧물이 얼얼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쁨이 그 모든 불편함을 잊게 했다.

아침마다 먼 길을 걸어 학교에 갔다. 봄에는 보리밭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걸었고, 여름이면 땀이 등에 흥건히 젖었다. 장마철에는 맨발로 물웅덩이를 첨벙거리며 걸었고, 가을이면 낙엽을 밟으며 학교로 향했다. 겨울에는 손끝이 얼어 감각이 없어질 정도였지만, 학교에 도착하면 난로 위에서 쪄주는 고구마 냄새가 반겨 주었다.

수업은 국어, 산수, 사회, 자연 같은 기본 과목 위주였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시간은 ‘자유학습’ 시간이었다. 이때 나는 시를 쓰거나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읽어주곤 했다. 글을 쓰는 시간이 마치 놀이처럼 느껴졌고, 종종 담임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그럴 때면 가슴 속에서 설명하기 힘든 뜨거움이 차올랐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세상은 조금 넓어졌다. 시골 마을을 벗어나 읍내 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매일 자전거로 왕복 10킬로미터를 달려야 했다. 학교 앞에는 책방이 있었는데, 나는 용돈을 모아 그곳에서 문고본 소설이나 시집을 샀다. 김소월, 윤동주, 정지용 같은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서 글 속의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깨달았다. 특히 윤동주의 <서시>를 읽었을 때,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시를 쓰고 싶다고 결심했다.

중학교 시절, 나는 농구부에서 활동하며 체력도 키웠다. 공부만 하던 나에게 운동은 새로운 세계였다. 비록 키가 크지 않아 주전 선수로 뛰는 일은 드물었지만, 코트에서 땀을 흘리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걱정을 잊었다. 그 과정에서 팀워크와 책임감을 배웠고, 이는 훗날 사회생활에서도 큰 힘이 되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공부는 점점 어려워졌다. 국어와 문학 과목은 여전히 흥미로웠지만, 수학과 과학은 나에게 난공불락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매일 밤 자습실에서 남아 공부했다. 그 시절의 나는 ‘공부를 잘해야만 성공한다’는 믿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시를 쓰고 싶은 열망이 타올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학교 문예반에 들어갔다. 거기서 처음으로 나와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을 만났다. 함께 시를 읽고, 서로의 작품을 비평하며, 밤늦도록 문학 이야기를 나눴다. 그 시절 내가 쓴 시는 서툴고 투박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가장 솔직하고 뜨거웠던 글이었다. 교내 백일장에서 은상을 받았을 때, 나는 비로소 ‘글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가정형편은 대학 진학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사회로 나가야 했다. 그때 느꼈던 좌절과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공부를 이어가고, 내가 사랑하는 글을 계속 쓰리라 다짐했다.